3. [민은] 개쩌는 서사

w. 김간

 

여러 커플들이 모여 자신들의 첫 만남을 이야기 하고 있다.
어느 커플은 소개팅, 어느 커플은 친구에서 발전.  
그리고 제일 마지막으로 말하는 커플은 일단 말을 시작하기 전에  물을 마셨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나도 궁금하네.

 

 
둘은 처음에 오픈채팅으로 만났다.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는 별로 없으니깐. 오픈채팅에서 만난 후 둘은 같은 지역의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둘은 만날 약속을 잡았다.  

처음 만났을 때 은광은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이었지만 민혁의 다정한 성격에 둘은 금방 친해졌다  
둘은 만나서 바다를 걷고 카페를 가고 밥도 먹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둘은 밤바다를 걷다가 은광이 얘기할 것이 있다며 정자로 향했다.
은광은 30분을 뜸들이다 말했다.  
“민혁아 나 첫눈에 반한 것 같아.”  
은광이 민혁과 함께 있으면서 한 말 중 가장 긴 말이었다.  
민혁은 말을 듣자마자 받아주었다.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은 맞지만 착한 사람이라고 은광은 생각했다, 그렇게 둘은 썸을 타기 시작했다,  
둘은 미래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고 자주 놀기도 놀았다,  
우리는 나중에 사귀면 커플링을 무조건 맞추자, 자주 만나자, 등등.
사람들은 둘이 썸타는걸 예쁘게 생각했고 정말 빨리 사귈 줄 알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은광은 아니었나보다. 어느 날 민혁과 은광의 카톡방에 말이 없어졌다. 마지막으로 둘이 만난 날, 은광이 썸을 깼다.  
그러니까 썸을 끝냈다. 은광은 늘 생각 해왔던게 민혁은 자신에게 너무 과분한 사람이다. 그러니 저 사람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은광은 민혁과 썸을 끝낸 이후로 계속 울었다. 몇 날 며칠을 울었다.  
밥을 먹다가도 그 사람은 밥을 먹었을까 생각하며 울었고, 운동을 하다가도 그 사람이 이 운동을 참 잘 했었는데… 하며 울었다.
주변 사람들은 쟤 미쳤나봐, 생각하며 왜 그 까짓 것 사랑 때문에 우냐며 한심하게 보는 듯 했다. 그런 날을 손으로 꼽지 못 할 만큼 보냈고,  은광은 다른 사람을 찾아 방황했다.
하지만 사람 운명은 미리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방금 막 지어낸 말이지만,
인간관계에는 시절인연과 아닌 것이 있다.  
(사실 끝나면 모두 시절인연이겠지만)
 둘이 다시 만난 날은 민혁과 그의 지인이 처음 만나는 날이었다.
은광이 처음으로 용기를 내어 연락했다. 괜찮으면 나도 가도 될까?
그 이야기는 민혁의 귀에 들어왔고 민혁은 바로 수락했다.
지인은 은광이의 마음도 민혁이의 마음도 알고 있으니 오늘 자신은
민혁이와 만나는 게 아니라 둘이 이쁘게 사귀기를 기다리겠다 라는 마음이었다.
셋은 밤까지 함께 바다를 걷고 밥도 먹고 이야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카페를 갔다.
셋은 도란도란 이야기 하며 장난도 치고 사진도 찍고 하다가,
지인은 둘의 관계가 다시 앞으로 나아갈 것 같지 않으니 이야기했다.  
“은광아 애가 얘한테 뽀뽀해도 너는 아무렇지도 않을것 같아?”
 은광은 그의 말에 아무렇지도 않을것 같다고 말하고 민혁은 그냥 웃었다.
그리고 민혁의 입술에 다른 입술이 닿았다 떨어졌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 이였다. 은광은 얼굴이 빨갛게 되었고 지인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지인이 민혁과 잠시 나갈 때 은광이 손목을 잡았다.
 “다 좋은데 장난치지마. 진심이야.”
지인은 그런 은광에게 웃어보였고 은광의 마음은 단단히 상했다.  
그리고 지인은 바로 집으로 가버렸고 민혁에게 연락을 했다.
‘잘해봐 난 진심이니깐’ 민혁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은광을 집에 보내려 정류장을 향하는 길, 잠시 정자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나누고 은광은 눈물을 보였다.


“은광아. 우리 잠시 저쪽에 앉아서 얘기 좀 할까?”
민혁의 말에 은광은 심장이 뛰었다.  
설마 상처를 주는 말은 아니겠지.
민혁과 은광은 정자에 앉았고 어떻게 지냈냐 등의 사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민혁이 잠시 심호흡을 하더니 말했다.  
“은광아.” 은광은 그런 민혁을 쳐다보았다. “은광아 우리 썸 그만할까?”
은광은 떨렸다. 불안함이 마구 몰려왔다. 지금의 분위기는 간질간질한  
그 분위기가 아니라 자신이 끝을 이야기했던 그 분위기라고 느꼈다.
그리고 은광의 눈에서는 비가 내렸다.  
민혁은 당황했는지 은광의 눈물을 닦아주고 말했다.
“그게 아니라 은광아. 좋아해. 사귀자.”

 

사실 민혁은 은광이 정자에서 좋아한다고 말할 때 그냥 은광이  
너무 귀엽고 애써서 말해준 게 고마워서 썸을 타기 시작했고,  
둘이 카톡을 할 때도 은광에게 다른 감정은 생기지 않았다.
내심 은광이 먼저 그만하자고 말하길 바랬을 수도 있다.
조금 쓰레기 같지만, 우리 썸 그만 타자고 했을 때 내심 기분이 좋았고
다음 날은 연락할 사람이 없어서 조금 외로웠다.  
그 중간 다른 사람을 굳이 찾지 않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지인과 약속이 잡히고 둘은 재회했다.
사실 은광의 얼굴을 볼 때 기분이 이상했다. 처음으로 느끼는 기분 이었다. 그리고 곧 생각해냈다. 사랑. 처음으로 느끼는 사랑이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함께 다니면서 민혁은 많은 것을 느꼈다.
이제 내가 그 사람을 챙겨줄 수 없다는 거.
그 사람에겐 내가 이제 아무것도 아니라는 거.
하지만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민혁은 은광을 집으로 보낼 때 마음을 고백했다. 약 4달의 미로탐험을 끝냈다.